정치인의 욕망과 위선, 정계의 막후협상과 정경유착, 권력의 장악과 행사는 미국 드라마의 단골주제다. 현실 그 자체는 아니지만, 현실을 소재로 제작된 만큼 현실정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치와 선거와 언론을 소재로 제작된 미드를 소개한다. 1.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 대통령이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앞에서 국정방향을 발표하는 연두교서. 테러를 대비해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정 생존자’로 정해 불참하게 한다. 그는 테러로 의사당이 폭파되자 대통령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4월, 서울 노원구에서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그가 당시 발표한 공약은 모두 13개. 이 중에서 현장 확인이 가능한 9개를 점검했다.안 후보가 총선에서 약속한 ‘노원 제3체육센터’는 상계동 1268지역, 5100m² 부지에 들어설 다목적 체육시설이다. 국제규격 수영장, 헬스장, 체육관, 주차장, 보건지소를 함께 짓겠다고 했다.기자가 3월 29일 찾아갔을 때, 서울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의 부지는 체육센터가 아니라 서울시 유료주차장이었다. 공사를 시작하려는 흔적을 어디서도 찾아볼
기자는 4월 8일 부산 사상구를 찾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대 국회의원 선거(2012년 4월)에 출마하면서 내놨던 공약을 얼마나 지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문 후보의 당시 공약은 13개였다. 이 중에서 현장 확인이 가능한 7개를 1박 2일 동안 점검했다.문 후보는 부산구치소를 부산지하철 2호선 주례역 근처(사상구)에서 화전체육공원(강서구)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5년이 지났지만 부산구치소는 19대 총선 때와 같은 곳에 있다. 주례역의 방향표지판이 알려주는 대로 7번 출구를 나와 10분 정도 걸으니 부산구치소가 보였
박원순 서울시장은 디테일에 강하다. 시청 집무실에는 청년주택, 사회적기업, 환경 등 온갖 분야의 자료를 담은 서류철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박 시장이 직접 수집, 정리한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의 꼼꼼함은 서울시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박 시장은 “대규모 사업이 아니라 디테일한 정책이 큰 흐름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항상 뜨겁진 않았다. 오는 6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청년수당 정책이 서울시 여러 정책 중 시민들로부터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지율이 점점 떨어져 결국 대
시장실 전용 엘리베이터는 따로 없었다. 투명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유리 바깥쪽으로 시청이 훤히 보였다. 로비를 드나드는 서울시 공무원, 기자, 시민들이 점점 작아졌다. 4월 16일, 스토리 오브 서울의 강예슬, 정수연, 문예슬, 김지혜 기자가 박원순 시장 집무실을 찾았다. 인터뷰 전 기자들은 6층 집무실 앞을 둘러봤다. 복도 가득 풀 내음이 났다. 흰색 통로 곳곳에 화분이 있었다. 로즈메리, 카밀러와 같은 허브였다. 집무실 앞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탁구대.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간 날 때마다 탁구 대결을 벌인다고
“대선이요? 저는 이런 얘기가 정말 싫습니다.” 올해 대통령이 누가 될 거 같으냐는 물음에, 지난 2월 12일 오후 서울역 부근에서 만난 노숙인 A씨(65)는 ‘정말’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말을 꺼냈다. “문재인. 그분이 그나마 유력한 분 아닙니까”라며 “그 분도 박근혜 대통령처럼 또 그러면 안 되죠”라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들은 잘해줄 거라 믿었는데 그게 아니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실망했습니까”라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때론 울컥하는 마음에 눈가에 물기가 어리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도 결국 힘 있는 사람이니까 정치하는 것
취재팀이 작년 12월 1일 출범했을 때, 주요 정당의 대선주자를 10명 정도로 예상했다. 올해 들어 후보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던 중, 박원순 서울시장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불출마선언을 하는 바람에 취재대상에서 제외됐다.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경우가 문제였다. 출마여부가 확실치 않았지만 취재팀은 자료를 모으고 주변 인물을 만났다.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날은 3월 15일이었다.후보가 아닌데도
척당불기(倜戃不羈).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자유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집무실 액자에 새겼던 좌우명.남에게 구속받기 싫어하는 성격은 그가 검사로 재직하던 권위주의 시대, 상부의 지시를 자주 거부한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통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는 바람에 부서와 근무지를 자주 옮겨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생긴 ‘모래시계 검사’의 이미지는 의원, 정당대표, 도지사를 거쳐 대선후보가 되는데 자산이 됐다.좌우명이 말하듯 정치인 홍준표는 눈치를 보지 않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회 만들어야 합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월 26일, 오전 9시경. 서울역광장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입을 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지만 그는 맨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쉼 없이 말을 걸었다.열심히 일하고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를 위로했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임에도 생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를 비판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귀성객이 악수를 청하자 그는 하회탈 웃음을 지었다. 정의당 상임대표 심상정(58)이었다.그는 대선 슬
그에겐 질문이 항상 따라다녔다. 금수저라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5선 의원을 거쳐 경기지사에 당선될 때까지 남경필은 계속 답했다. 그가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자 같은 질문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신은 금수저가 아닌가.그 물음엔 다른 의도가 있는지 모른다.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진 자로서 책임의식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를 간파한 듯, 남 지사는 “책임 있는 금수저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유복하게 자란 사실을 인정하며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겠다고 공언한다.의식화가 덜된 청년“착실하게 공부나 해라. 데모하고 돌
“15년 전 제가 보수당에 입당한 것은 제가 꿈꾸는 보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 (2015년 4월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따뜻한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이것은 제가 정치를 해온 이유이고 제가 추구해 온 민주공화국의 헌법 가치입니다.” (2017년 1월 26일, 대선출마 선언)두 연설문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생각하는 보수, 바람직한 보수의 모습을 알려준다. 유권자들은 궁금해 한다. 그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2월 10일 인천으로 향했다. 남구 주안동의 영화관에서 ‘워킹 패런츠와 함께하는 보육·교육 간담회’가 열리는데 자문위원으로 참석한다고 했다.손 전 대표는 행사시작 시간보다 15분 늦게 도착했다. 싱긋 웃은 채로 “늦어서 미안합니다”라고 연신 사과했다. 그는 듣기만 했다. 사회자가 발언기회를 줘도 참석자에게 질문을 할 뿐,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에야 정책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간담회가 끝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다가가자 주최 측이 제지했다. 관계자는 “직접 이야기하는 것은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지금 유력한 대선후보이지만 여느 정치인과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인 가문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정당에서 수십 년을 보내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했던 경험 역시 없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지금의 안 의원을 만들었을까.대학생에서 기업인으로정치인이 되기 전의 안철수를 가장 먼저 지켜본 사람은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동기들이라고 생각했다. 1980년 서울대 의과대학 입학생을 중심으로 취재원을 찾은 이유다. 부산에 있는 서울메트로병원의 이명호 병원장이 그중 한 명. 같은 부산 출신이어서 안 의원과 친하게
정치인은 별명을 달고 산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도 마찬가지다. 흙수저, 사이다, 아웃사이더. 광장에서 피켓을 들던 정치인이 몇 달 만에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지지율 1%에서 어느덧,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후보가 됐다.흙수저 이재명이 시장을 2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야외계단의 청년당 발기인 행사에서 만났다. 요즘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하는 2대 8 가르마의 파마 스타일,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목 폴라와 캐쥬얼 정장.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려울 것 같은데요. 지금 너무 사람들이 몰려와서….”
기자는 2월 25일, 서울시청 앞의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에 참가한 청년들에게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안 지사를 지지하거나 비판했다.오후 7시, 광화문광장은 촛불의 행렬이었다. 지찬형 씨(28)는 “과거 경력은 상관없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미청년회 활동에 대해 김대왕 씨(32)는 “사람이 어릴 때랑 똑같을 수가 있나. 자라면서 달라진다. 당당하게 밝혔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하려고 전북 진안에서 올라왔다는 김근영 군(19)은 “성실
학생운동 경험을 반성하느냐고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 요원이 묻자 청년은 이렇게 답했다. “난 달라진 게 없습니다.” 사법시험 3차 면접 전의 일이었다. 그는 1980년 6월, 유치장에서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통보를 받았다. 경희대의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서울 청량리경찰서에 구속된 지 20여 일째였다.청년은 그 후 시민운동가이자 변호사로 활동했고 대통령 비서실장, 국회의원, 정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 사법고시 합격의 문턱에서 당당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의 20대 시절이 궁금했다.원칙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층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둘로 쪼개졌고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보수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목소리가 실종된 이들이 있다. 일명 ‘샤이 박근혜’ 혹은 ‘샤이 보수’다.‘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16년 4월에 20대 남녀 800명을 조사한 결과, 보수성향이라고 답한 비율은 15.3%에 그쳤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들은 대체로 진보성향을 띠는데, 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탄핵이 겹치자 청년 보수의 목소리를 듣기는 더욱
서울 광화문의 촛불집회가 작년 10월 29일 이후 계속됐다. 주최 측 추산으로 지금까지 연인원 1500만 명 이상 모였는데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등장했다. 이런 ‘교복부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업을 반대하던 2008년의 촛불집회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취재팀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있었던 4차 촛불집회(지난해 11월 19일)부터 2017년 2월 말까지 거의 매주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10대 청소년들은 취재팀의 인터뷰에 적극 응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기사에
※기사에 나온 특파원의 생각은 해당 언론사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프랭크 스미스 씨(Frank Smith) 는 프리랜서 특파원이다. 그는 서울에서 주로 북한과 미국에 관련된 뉴스를 취재했다. 그의 취재 내용은 홍콩 라디오 텔레비전(RTHK, Radio Television Hong Kong)과 프레스 티비(Press TV)에 나온다. 현재는 한국의 아리랑 TV에도 출연 중이다. 올해는 연세대 출강도 예정되어 있다. 영어 강사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스미스 씨는 코리아 헤럴드에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기자로 활동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