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서양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스트 화가로 평가된다. 대표작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구약성경의 ‘유디트’를 그렸다.유디트는 동족인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벴다. 젠틸레스키는 유디트를 전장에 나온 전사처럼 적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강하게 누르는 모습으로 묘사했다.풍성한 웨이브 머리에 날카로운 선글라스, 짙은 빨간 입술의 여성이 홀로페르네스로 보이는 남성의 목을 벤다. 윤나라 씨(29)가 젠틸레스키 작품을 오마주한 그림이다. 인상을 쓴 얼굴과 한쪽 손으로 남성의 얼굴을 쥐어 잡
웹툰 작가 소만(본명 천정연·40)은 2016년부터 딸 봄이를 키우며 느낀 기쁨과 고민을 에세이 만화 ‘봄이와’에 담았다. 모두 3권으로 ‘육아 빙자 인생만화’라는 설명처럼 육아 돌봄 가사노동에서 느끼는 고됨, 만화를 통한 창업과 경제적 독립, 여성의 연대를 폭넓게 그렸다.소만 작가는 이 만화로 2021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의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수많은 전업주부들, 직장을 퇴근하면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수많은 워킹맘들, 그들의 노고를 기억해주는 상”이라고 말했다. 작가를 6월 8일, 대전 소제동 카페
“빈틈없이 바짝바짝 앉아있는 걸 보니 꿈 같네요. 벌써 몇 주째 모이니까 낯설기도 합니다.” 5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에서 4부 예배가 열렸다. 송태근 담임목사는 빽빽하게 앉은 신자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신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복음성가 2곡을 불렀다. 지휘자의 손에 맞춰 성가대 11명이 합창했다. 교회 소식을 알리는 광고에는 다가올 여름 해외 선교를 간다는 내용이 나왔다. 4부 예배에 참석한 신도는 교회 추산 601명. 1~5부를 합치면 4715명이다.코로나 19가 유행하던 2020년 12
미국의 팝스타 앤 마리가 2019년 7월 내한했다. 코로나 확산 전이다. 갑자기 내린 비로 공연이 취소되자 그는 호텔 라운지에서 무료로 공연했다. ‘퍼펙트 투 미(perfect to me)’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 팬이 떼창과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호응했기 때문이다.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2007년 한국 공연 당시, 관객의 떼창을 듣고 무대 위에서 눈물을 쏟았다. 2019년 방영된 JTBC2 ‘호구의 차트’에서는 외국인이 감탄하는 한국의 월드클래스 TOP 10에서 ‘떼창 문화’가 9위로 선정됐다.이런 모습은 코로나로 한동
4월 20일, 서울 중구의 덕수궁 뒤편에 있는 국립정동극장을 찾았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가 공연 중이었다. 시작과 함께 무대 양쪽 모니터에 자막이 등장했다. ‘쇼맨’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그런데 배우가 하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됐다. 가사는 음표와 기울임체로 구분했고, 누구의 대사인지도 적혀 있었다. 배우가 무대 뒤에서 내는 소리나 내레이션, 효과음도 자막으로 나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관객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서울 종로구의 대학로를 3월 16일 찾았다. 코로나 19의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대를 기록한 날이었다.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로에는 2020년 기준으로 공연장 101곳이 있다. 코로나 19로 미국 브로드웨이가 멈췄을 때도 대학로는 관객을 받았다.그러나 3월 들어 공연 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배우와 스텝이 확진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하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날도 배우의 확진으로 뮤지컬 ‘팬레터’와 ‘스톤 THE STONE’이 당일에 취소됐다.공연 시작 10분 전.
“자연은 우리가 건물을 짓는 것처럼 지어져야 하며, 역사적 기념물들을 보존하는 것처럼 보호되어야 합니다(Nature has to be constructed, the way we construct buildings, and we need to preserve nature, the way we preserve historical monuments).”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2021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의 소개영상에서 했던 말이다. 건축계에 40년 동안 몸담으며 다진 가치관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이라는 책을 우연히 알았다. 저자는 미국 소설가인 잭 런던. 영국 런던의 빈곤 지역을 체험해서 르포형식으로 담았다.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온갖 궂은 일을 했다. 먹고 살기 위해 15세에 해적이 됐다. 17세에 바다표범잡이 배의 선원이 됐고 태평양을 돌아다니며 관찰한 내용으로 소설을 썼다.고향으로 돌아와 학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워 버클리대를 그만뒀다. 병든 양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주 80시간을 일했다. 그는 영국 런던 이스
고등학교 3학년인 2016년, 음식점 TV에 뉴스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보였다. 뉴스 속 기자는 바쁘면서도 멋이 있었다. 그들의 말과 글로 세상이 바뀌었다.촛불시위로 광화문이 밤마다 빛나고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때 나도 꿈꿨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대학에 와서 방송국 기자로 2년 동안 활동했다. 교내 이슈를 누구보다 꼼꼼히 취재하고 세상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전했다.언론사의 데이터팀에서 인턴을 하면서 기자와 기사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나부터 TV와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접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더 많이
나는 미술을 전공했다. 3학년 이후로는 언론을 공부했다. 미술엔 사실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기사 내용은 사실이었다.모든 문장에 근거가 있었다. 증가나 감소 추세를 보여줄 때는 정확한 수치로 뒷받침했다. 인용의 출처도 분명했다. 가장 핵심적인 취재원의 말을 다뤘다. 사고 현장은 사진으로 증명했다. 기사가 사실에 근거해 세상을 이해하는 걸 도와줄 수 있다고 믿었다.그러나 믿음은 언제부터인가 흔들렸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 선거 보도가 대표적이다.언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 뉴스에 보
나는 감염되었다!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수백 명이 계속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19에 걸렸다고 스스로 밝히는 이는 많지 않다. 확진 이후의 일을 세세하게 나누는 이는 더더욱. 감염자로서 삶은 어땠을까 궁금한 마음에서 책장을 넘겼다.부제는 ‘UN 인권위원의 코로나 확진일기’. 저자는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책은 ‘성북구 13번 확진자’였던 경험을 담았다. 출장차 뉴욕에 갔다가 코로나 19에 걸렸다고 한다.서 교수는 감염 경로를 추적하면서 중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친구는 대학로 극단에서 연극을 했다. 코로나 19로 공연이 미뤄지고 취소됐다. 생계가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기사로 써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나는 기자 별로 안 좋아해.”휴대폰 너머로 들으면서 괜히 울컥했다. 분노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감정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기자는 사람을 이용하고 사실을 과장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밤새 뒤척였다.무엇이 친구에게 고정관념을 만들었을까. 매일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이 보인다. 이게 모두 다 사실일까. 의심했던 적이 한두 번이
쇼퍼(Chauffeur)는 고급 드라이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전기사를 말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오랜 전통의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별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지상의 파일럿’이라 불린다.사회적 기업 ‘더쇼퍼’에는 결혼식 당일 신랑, 신부를 위해 고품격 웨딩카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웨딩 쇼퍼’들이 모여있다.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 2막을 위한 도전 정신, 그리고 품격있는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자살이지만 타살입니다, 단장님.” 의 주인공 한여진(배두나)이 사건을 보고하며 상사에게 하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경찰이 동료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자살했다. 시신은 가해자 중에서 한 명이 발견했다.드라마에 나오는 크고 작은 사건은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시즌2의 슬로건과 항상 맞닿는다. 이렇게 이수연 작가(50)는 작은 사건을 모아 전체 흐름을 이끈다.최종회는 수도권 최고 시청률 12%, 전국 평균 9.4%로 자체 최고 기록을 바꿨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을 포함해 동시간대 1위. 시청
‘왜 PD가 되고 싶은가?’. 템플스테이는 우리가 도시 생활에 벗어나서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이번 템플스테이에서는 PD 지망생들이 꿈에 대한 목적을 되새기기 위해서 북한산 중턱에 위치한 중흥사를 방문한다. 과연 청년들은 템플스테이에서 어떤 체험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자신의 답을 찾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 보고자 한다.
최근에는 SPA 브랜드가 패션업계를 선도하면서 트렌드가 된 패스트 패션. 옷을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리면서 의류 폐기물의 양은 더 증가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이 연간 7억벌. (2016년 기준)대부분의 옷은 재활용률이 높지 않다. 그래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큰 위협을 주고 있다. 환경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두가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가 중요한 세계문제로 대두된 지금, 친숙하게 매일 입는 의류X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패션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명제가,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이 영상은 장애인들의 아름답게 자신을 꾸밀 권리, 그 중에서도 패션에 관한 이야기다.
젠더 프리 캐스팅은 배역의 성별을 고려하지 않고 배우를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젠더 블라인드 캐스팅이라고도 불린다. 남성의 역할을 여성이, 여성의 역할을 남성이 연기한다.작년 8월 개봉한 연극 , 올해 4월에 개봉한 뮤지컬 이 이런 식으로 배역을 정했다. 영국의 연극 제작진이 여성 배역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17년 도입했다. 이 성황리에 끝나자 미국의 연극 도 시도했다.은 중국의 위·촉·오 시대를 배경으로, 원래 서사는 남성 배역 중심이다. 재개봉을 하면서 남성 배역인 제갈량,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지방 국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연구하는 이정훈 교수(가명·55)는 서울대 84학번이다. 신입생이 들어오면 선배가 후배에게 밥을 사고 책을 주던 시절이었다.친해지면 선배들은 ‘드리블’을 시작했다. 후배를 시위로 이끄는, 전도행위와 비슷했다. 드리블이 잘 되는 후배는 선배를 따라 서클에 가입하고 시위에 참여했다.이 교수도 학생 시위에 여러 번 나갔다. 경찰을 피해 같이 도망 다니면서 동료와 친해졌다. 그는 태권도 서클에 가입했다. 체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관한 제2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사업의 장려상 수상작입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 1권에서 6권에는 49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책 발간 후 40년이 지났다. 이들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1권부터 4권까지, 네 번 이름을 올렸다. 주로 해방 후 문학에 대해 썼다.1권이 나오던 날, 임 소장은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 중이었다. 1979년 감옥에 들어가 1983년 출소했다. 해전사 판금이 해제되고 재출간된 1980년에 임헌영 소장의 원고가 빠진 이유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