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성(性) 토론자들이 얘기하는 젠더 인식 

지난 5월 7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별관에서 오후 4시부터 2030 남녀 6명이 모여 토론했다. 토론은 2부로 나눠 진행했다. 1부에선 성별로 패널단을 분리해 각자 다른 공간에서 진솔하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2부는 패널단과 기자단이 모두 모여 대화를 나눴다. 1부 토론은 오후 4시에 시작해 40분간 진행했다. 20분의 휴식 후, 오후 5시부터 6시 30분까지 2부 토론이 이어졌다.  앞서 올라간 기사에선 1부 토론의 내용을 다뤘다. 패널단이 오프라인・온라인에서 느껴온 젠더 갈등은 무엇인지,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를 솔직하게 담았다.  

1부가 각자의 고민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다면 2부에선 보다 심층적인 토론이 오갔다. 토론 내용 중 패널단이 기사화되길 원치 않는 내용은 없는지, 맥락과 다르게 적힌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기사 게재가 늦어졌다. 토론을 처음 진행해본 기자단의 역량 부족으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번 토론에 참가한 패널은 모두 총 6명으로 남성과 여성이 3명씩 이었다. 남성은 대학원생 김세진 씨(35), 명재하 씨(23), 이경구 씨(25), 여성은 대학원생 강다은 씨(27), 직장인 안가영 씨(25), 대학생 최선 씨(25)가 참여했다.  

이번 기사에선 1부 토론 마지막 주제와 2부 토론 전체를 다룬다. 1부 토론의 끝자락에선 상대 성별의 고충을 추측하는 시간을 가졌다. 1부에서 각자가 느낀 젠더 갈등에 관해 얘기했기에, 서로가 느끼는 어려움을 예상해보고 2부 토론에 임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적대적인 감정보단 공감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휴식 시간에 기자단은 1부 내용을 정리해 2부 토론의 화두로 던졌다. 이후엔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한 생각・젠더 갈등의 원인과 해소 방안・언론에 기대하는 바 등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 패널단과 기자단이 모여 토론하고 있다.
▲ 패널단과 기자단이 모여 토론하고 있다.

남성 참가자들은 사회 진출시 여성이 겪는 구조적 성차별(채용 불이익・유리 천장・경력 단절 등), 범죄에 대한 불안, 젠더 갈등으로 인한 일상 스트레스 등을 여성의 주요 고민으로 추측했다.

여성 들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병역 의무, 여성 편의시설 등)에 주목했다. 그리고 남성들이 취업 시장에서 여성을 경쟁 상대로 느끼는지, 온・오프라인 간 젠더 갈등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등을 궁금해했다.

정해진 시간 범위에서 모든 문제를 다루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기자단은 서로의 궁금증을 공유한 후 자유롭게 각자의 고충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성 패널단의 고충

김세진 씨는 결혼을 걱정한다. 본인 또래 집단에선 남자가 집을 장만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7-8년 전만해도 지금보다는 주택 마련이 쉬웠다. 지금은 집값이 너무 올라 김 씨는 부담을 크게 느낀다. 명재하 씨는 집을 구하는 데 있어선 남녀 차이 없이 동등하거나, 각자의 경제력에 맞게 할거란 전제가 있기에 고민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구 씨도 명 씨 의견에 공감하지만, 가부장제가 해체되는 시기지만 남성에 대한 역할 기대가 남아있는 점은 문제라고 했다. 이 씨와 명 씨는 20대 초중반이기 때문에 아직까진 결혼보다 취업 준비에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성 패널단의 고충

안가영 씨는 안전에 대한 불안을 털어놨다. 회식 후 택시를 탈 때나 밤길을 걸을 때 무섭다고 말했다. “남성분들은 어딜 갈 때 앞에 여자가 와도 ‘저 사람이 날 강간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안 들잖아요. 여성들은 많이 그럴 거예요”라며 성범죄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란 통계를 덧붙였다. 최선 씨도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을 때가 있는데, 다음 날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무섭다고 안 씨의 의견에 공감했다. 이에 김세진 씨는 “저희도 (1부 토론에서 여성패널단의 고충에) 동의했고, 강력 범죄 피해자 비율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강다은 씨는 이성 관계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맺게 되더라도 여성은 생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조차 걱정해야 한다”며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몫도 여성이 훨씬 크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생각

이후 기자단은 패널단에게 여가부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20대 대선에서 언론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두고 성별 간 입장 차를 조명했기에, 여가부 존폐에 대한 입장이 실제로 다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안가영 씨는 여가부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여가부에 이상한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가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없어졌을 때 피해를 볼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여성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성범죄 피해자 등을 위해 존재한다.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셈이다. 사회는 약자로 분류되는 아동, 청소년을 도울 의무를 지닌다. 이들을 돕는 게 선진국이라고 봤다. 

이에 명재하 씨는 “여가부의 존재를 평소에 못 느끼고 살아온 사람들은 안온하게 살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을 포함한 주변 사람 중 약자가 없어서 여가부 역할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경구 씨는 셧다운제에 피해를 보던 청소년들이 시간이 흘러 유권자가 됐기에 여가부에 반감을 품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추측했다. 게임 셧다운제는 심야 시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규제로 2011년에 도입됐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비난의 대상이었다. 이들이 유권자가 돼서 여가부에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된 건 아니겠냐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젠더 갈등의 원인과 해소 방안 

‘2030 젠더와 대선’을 기획할 때 표면적인 갈등 양상을 기존 언론과 같은 방식으로 묘사하지 않고 청년들의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직접 듣고자 했다. 따라서 각자가 생각하는 젠더 갈등의 원인과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안가영 씨는 하나의 사건이 원인이 됐다기보다 단, 여성으로서 성차별을 인식하는 순간 세상에 부당함이 많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안 씨는 직장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남성은 많지만, 여성이 올라가면 ‘독하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를 봤다. “한 번 인식하니 속상하고 끝도 없이 보여요. 남성도 물론 고충이 많겠지만요.” 

이경구 씨도 하나의 원인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기회는 줄고 관문은 높아지기에 각자 앞가림 하기도 바쁜 걸 예시로 들었다. “사회적 공감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 같고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기보단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아요.” 이 씨는 해결책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명재하 씨는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고 공감을 못 하는 상황을 원인으로 꼽았다. 남성은 병역의 의무를, 여성은 출산의 부담을 지는데 양쪽 다 체제와 사회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려면 필요한 일이다. 다만 ‘해야만 한다’는 규범이 서서히 해체되며 ‘내가 이걸 왜 당연하게 해야 하냐’는 게 양쪽 다 느끼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세진 씨는 앞선 세대들이 각자 세대가 처한 시대 문제를 잘 해결해왔다고 본다. 우리 세대도 서로가 혐오하고 싫어하는 게 아닌 서로 소통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통의 가장 큰 적은 불통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전 소통의 반대는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의제별로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인을 준비하는 여러분(기자단)이 큰 역할을 해야 해요”라고 당부했다. 

갈등 해결을 위해 언론이 일조할 수 있는 점

갈등 해결을 위해선 소통과 공감이 필수적이다. 소통과 공감이 이상적인 얘기가 되지 않으려면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지 물었다. 

최선 씨는 언론이 핵심을 쉽게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혼란이 온다는 얘기다. 강다은 씨도 이에 공감하며 “길지 않고 짧게 핵심만”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경구 씨는 쉽지 않고 어렵더라도 근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길 바랐다. “이대남, 이대녀 나누면 편하잖아요. 그 외에도 다른 요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다루는 건 어렵잖아요”라며 쉽고 짧게 전달할 수 있는 조어, 그래프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역할이 편한 것만 찾는 건 아니므로 어렵더라도 심층적인 취재를 했으면 한다. 

김세진 씨는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민 없이 나오는 기사들을 문제로 들며,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과 끊임없는 학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가영 씨는 언론사의 수가 적어지길 바랐다. “제대로 된 기사를 내는 곳은 없고, 우라까이(기자들의 은어로, 다른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적당히 바꾸어 자기 기사로 만드는 행위)는 너무 많고, 이건 선동이 되고요.” 그러면서 온라인 인턴 기자를 예시로 들었다. 하루에 수십 개 씩 우라까이를 쓰고 퇴근하는데, 이게 과연 기자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헤드라인만 자극적으로 써서 조회수를 얻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재하 씨는 안 씨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언론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읽은 기사 중 20대 청년이 꼭 수도권 대학생에만 한정되는가, 젠더 이슈가 과연 모든 남녀에 해당이 되는지를 다룬 기사가 좋았어요.”

2030 젠더와 대선을 마치며

패널단 모집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건설적 토론이 아닌 공격적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는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에 대면 토론에 선뜻 나서려는 지원자가 없었다. 수차례 설득한 끝에 어렵사리 패널단을 모집했다. 다만 그 수가 제한적이다 보니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남녀가 처음 보는 사이에 젠더 갈등에 대한 얘기를 꺼내긴 어렵다. 같은 성별끼리 1부 토론을 진행하니 더욱 편히 의견을 낼 수 있었다. 1부 말미에 ‘2부에선 이런 어려움을 서로가 토로할 거’라고 얘기를 나누고 만나니 적대적인 감정 없이 배려와 공감을 기반으로 토론이 가능했다. 

기자단의 부족한 점은 많았다. 시간적 제한을 신경 쓰지 못하고 토론장을 마련하다 보니 2부 토론에서 1부 토론의 내용이 반복되기도 했다. 또한 자유로운 토론에 기반을 둬서 각자 말하는 시간에 차이가 컸다. 대체로 남성 패널단이 말하고, 여성 패널단은 들었다. 이는 성별의 차이보단 성향의 차이었다. 기자단이 보완책을 두지 못한 한계다.

장기 프로젝트의 지속성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취재팀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당시 윤석열 후보자의 대선 공약에서부터 모였다. 3월부터 시작해 7월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4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여성가족부 공약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젠더 이슈를 함께 다뤘다면 밀도 있는 기사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민의소리’ 기획에 참여해 실재하는 여러 시민의 의견을 목도했다. 그래프나 수치로 표현되는 통계자료가 아닌 생동감 있는 대화를 목격했다. 이번 <젠더와 대선> 시리즈 기사는 서로의 성별에 대한 어려움을 공감하고 그 위에 대화를 쌓아갈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온라인이나 언론에서 비춰온 젠더 갈등과 서로에 대한 혐오보단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단 점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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