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스마트폰 워크숍

박찬욱 감독이 아이폰으로 만든 단편 영화 '파란만장'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다. 스마트폰으로도 제대로 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일이었다. 그러나 '파란만장'은 무거운 카메라 대신 아이폰을 사용했을 뿐, 그 밖의 제작 환경과 편집 과정은 일반 영화와 다르지 않았다. 제작비는 1억 5천만 원이 들었다. 백퍼센트 아이폰으로 만든 영화라고 자부했지만 실제로 영화 안에서 아이폰이 아이폰으로써 어떤 기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10월 15일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린 스마트폰 워크숍을 진행한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석성석 교수는 "스마트폰은 순간을 놓치지 않습니다.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요소도 자연스레 들어가지요."라며 스마트폰 자체의 특성을 살려 영화를 찍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날 석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참가자들에게 강의했다. 석 교수는 실험적인 비디오 작업을 진행하는 아티스트이자 미디어 네트워크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의 디렉터이다.

스마트폰 보조 장비

석성석 교수는 스마트폰 이외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영화감독들은 좀 더 나은 기능을 추구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여러 보조 장비를 덧붙여 촬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조 장비로는 스테디 캠, 지향성 마이크, 광학 렌즈, 보조 배터리가 있다. 스테디 캠은 촬영할 때 생기는 손 떨림을 최소화한다. 가벼운 스마트폰도 오래 들고 촬영하면 손 떨림이 생기고 걸을 때 발의 진동이 손으로까지 전해진다. 이때 진동을 분산시켜 떨림을 최소화하는 장비가 스테디 캠이다. 지향성 마이크는 멀리 있는 특정인의 목소리를 정확히 잡아내는 보조 장비이다. 대부분의 방송용 마이크는 지향성 마이크이다. 스마트폰은 줌인 기능이 약해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화면에 확대하기 어렵다. 촬영자가 직접 가까이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광학렌즈를 부착하면 촬영자가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된다. 광학렌즈는 포커스아웃이 거의 안 되는 스마트폰에 화면의 깊이를 준다. 보다 더 영화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스테디 캠, 지향성 마이크, 광학 렌즈가 세트로 구성된 보조 장치 Owle Bubo의 도움을 받아 '파란만장'을 찍었다. 보조 배터리는 야외에서 오랜 촬영 시에 필요한 장비이다. 보조 배터리로 배터리를 바꿔 끼울 수 없는 아이폰도 야외에서 충전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석성석 교수는 “너무 과한 보조 장치를 쓸 바에는 그냥 영화 장비를 쓰는 게 낫다”며 기존의 영화 시스템에 스마트폰을 구겨 넣는 것을 염려했다. “기계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 기계를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라는 말도 덧붙였다. 보조 장비를 스마트폰에 장착할수록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해도 결국 보조 장비가 영화를 찍은 셈이다. 하지만 석 교수는 "작고 가벼워서 늘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스마트폰의 장점에 주목"하면 감성적인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편집의 마술사, 애플리케이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통해 하나의 하드웨어로 영상 촬영과 편집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은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이다. 석 교수는 스마트폰의 앱으로 작업을 하며 모티브를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으로 만든 영상을 보여주며 거기에 사용된 앱이 어떤 효과를 만들었는지를 설명했다. 이 날 워크숍에서 알려준 앱은 아이폰에서만 사용가능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별도로 편집을 위한 앱이 없어 촬영 후 컴퓨터 등 다른 하드웨어로 옮겨 편집해야한다. 가장 기본적인 편집 앱은 비메오(Vimeo)와 아이무비(imovie)이다. 비메오는 무료이고 아이무비는 $4.99를 지불해야한다. 아이무비는 가로가 긴 사진, 세로가 긴 사진에 상관없이 함께 편집이 가능하고 비메오는 그런 경우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그 외에는 큰 기능차가 없다. 편집자는 비메오나 아이무비를 통해 영상 또는 사진을 배열하고 제목과 음악을 삽입할 수 있다. ‘릴모먼츠(ReelMoments)'라는 앱은 설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 동영상으로 만든다. 이 앱을 이용해 하늘을 찍으면 구름이 빨리 이동하는 것처럼 영상을 만들 수 있다. ‘8mm 빈티지 카메라(8mm Vintage Camera)’ 앱은 5가지 종류의 렌즈를 통해 영상을 아날로그 필름처럼 만들 수 있다. 석성석 교수는 이 앱을 통해 <8mm 현기증 Vertigo>이라는 비디오 아트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2011 아르코 미디어 아카이브의 전시작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시대

디자인을 전공하는 박동현씨는 영상촬영에도 관심이 많아 워크숍에 참가했다. 그는 "기존 영화 찍는 법하고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양한 앱으로 누구나 쉽게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기본적인 지식만으로도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언제나 휴대하기 때문에 순간을 포착하기 쉽다는 점과 다양한 앱을 이용, 독특한 편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스마트폰이 기존 영화 장비보다 월등하다. 이러한 스마트폰 영화의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스마트폰 영화제도 열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12월 '제1회 스마트폰 영화제'를 개최, 11월 13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이 날 스마트폰 워크숍은 2011 미디어 아카이브 프로젝트 전시를 맞아 대중에게 미디어 아트를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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